김대규 장로
유대인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기 위해서 말씀을 손목에 매고, 미간에 붙이고, 집 문설주 와 바깥문에 기록하여 아침, 저녁으로 외우며 행하는 말씀이 쉐마 (Shema)이다. 신명기 6장 4,5절의 말씀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라”는 구약전체의 요지이며 신명기의 핵심이다. 신명기 6장4-9절, 11장 13-21절과 민수기 15장37-41절의 기도의 내용을 함축시킨 것이다.
이는 곧 “이스라엘아! 들으라. 하나님은 우리 하나님, 주님은 한 분이시다. 그러므로 너의 하나님을 네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하여 사랑하라 (Love the Lord your God with all your heart and with all your soul and with all your strength)”를 말한다. 그리고 이 말씀을 가장 큰 계명(The Great Commandment)이라고 하였다.
예수님께서도 시험하는 율법사의 질문에 이 말씀을 인용하여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 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마22:34-40)”고 답하셨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신앙의 가장 기초적인 바탕을 이루고 있어야 하는 말씀이다.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하나님께 진정한 영광을 올려 드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사랑이시에 더욱 그렇다.
원래 쉐마의 의미는 “들으라”인데 이에는 하나님은 유일한 분으로 믿으며, 그 분의 말씀을 들으라는 것이다. 들을 뿐만 아니라 순종하여 지켜 행하고, 그 말씀을 자녀들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라는 것까지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오늘날로 말한다면 복음을 전파하는 것까지 포함된 의미라고 하겠다.
쉐마는 율법이다. 놀랍게도 쉐마의 핵심은 사랑이다. 이 쉐마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의 구속사를 통하여 “다 이루었다” 선언하셨을 때 온전하게 되어 새 계명으로 우리에게 주어졌다.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라는 말씀이다 (요15;12,13). 우리는 예수님을 믿으므로 의인이 되었기에 하나님이 예수님을 통하여 우리를 사랑해 주셨듯이 우리도 서로를 사랑하여 주의 사랑 안에 거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의 사랑은 “아카페” 사랑이다. 남을 위한 희생적인 사랑을 말한다. 시간도, 물질도, 마음도 아낌없이 드려지는 사랑인 것이다. 이 사랑은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성령님을 전적으로 의지하고 기도할 때에 성령님의 인도하심으로 얼마든지 행할 수 있는 사랑인 것이다. 사도 바울의 생명을 건 영혼구원, 전 재산인 두렙 돈을 바친 여인, 옥합을 깨뜨려 예수님의 머리를 씻은 마리아 등 수많은 이들이 주님의 사랑에 감동하고, 고마워서 예수님이 보여 주신대로 자신들도 할 수 있는 희생적인 사랑을 한 것이었다.
이와 같이 우리도 주님의 은혜에 감사하므로 서로를 섬기며 희생적인 사랑을 해야 한다. 주님은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고 하셨다. 하나님은 사랑이시에 하나님을 안다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고 있음을 뜻한다. 반면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다는 것은 하나님을 모른다는 말이 된다. 고로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할 때에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눈에 보이는 서로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기에 주님은 서로 사랑하라고 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같다. 새 계명의 사랑은 그 사랑의 동기와 방법과 내용이 구약의 쉐마와는 전혀 다르다. 구약의 큰 계명은 죄가 없고 흠없는 자만이 지킬 수 있는 율법적인 것이어서 완벽하신 예수님만이 할 수 있는 사랑이다. 그러기에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대신 이루어 주셨다.
우리는 예수를 믿는 믿음으로 의인이 되었으므로 율법적인 쉐마에서 자유케 된 것이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베푸신 사랑에 감사하며, 성령님의 도우심으로 하나님이신 예수님을 사랑하고 또한 서로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사랑은 구약의 의무적인 성격이 아닌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성격의 진심어린 사랑이다. 우리의 마음과 뜻과 목숨을 다하는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주님의 사랑 안에 푹 빠져 있는 사랑을 말한다.
아무런 대가나 보상을 바라지 않는 희생적인 사랑을 통하여 하나님과 이웃을 섬길 때 진정으로 사랑을 즐기며 세상과 바꿀 수 없는 행복을 느끼게 된다. 이리될 때 신앙을 즐길 줄 아는 참 신앙안에 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경지에 들어가 사랑을 나눌 때 하나님께 영광이 되고 하나님과 동행, 동거하는 자가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진심 어린 사랑, 최선을 다하는 사랑을 행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