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파티와 예배를 야무지게 기획했습니다. 그런데 성탄 5일전, 저희 가족끼리 양을 키우던 첫째날 양 두 마리가 죽고, 삼일 뒤 또 세마리가 죽었습니다. 해부해보니 첫째 날 양은 좋은 것 먹이려고 영양가 많은 옥수수를 주었는데, 깡태기까지 삼켜 목이 막혀 죽었습니다. 세 마리는 위가 너무 꽉 차 소화를 못 시켜 가스가 가득차서 죽었습니다. 방목할 땐 온 땅을 다니며 조금씩 먹고 되새김질 하고를 반복합니다. 완전히 소화시키려면 하루종일이 걸립니다. 양은 눈을 감고 천천히 종일을 되새김질합니다.
왜 ‘묵상’이란 단어가 여기서 왔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요한복음 21장의 “내 양을 먹이라, 내 양을 치라”는 말씀에 순종하고 싶고, 너무 잘 하려고 했던 마음이 과했나 봅니다. 아니, 너무 양의 생리(입장)를 몰랐던 탓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말씀, 많은 말씀으로 제자를 양육하더라도 각자의 상태를 제대로 점검하지 못한 채 일방적인 공급은 생명에 위협이 될 정도로 ‘먹이는 일’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신 사건입니다.
또한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우리 밖으로 다니며 묵상할 때 더욱 건강해진다는 것도 말입니다. 이 사건은 금세 이 지역에 소문이 났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몽고인들 공동체에 들어올 때 ‘대지신’에게 제사를 지내지 않았고, 대지신이 안식하는 날 땅을 파고 우물을 파서 저주를 받아 양이 죽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양을 잡아 화목제로 드리며 성탄절을 지내려 했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현지인들은 대지신이 노해서 죽게 된 가축은 먹지 않을뿐더러 불운이 옮을 까봐 방문조차도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성탄절 파티는 내년으로 미루어졌습니다. 참 슬펐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을 통해 이 땅의 선교가 우리의 노력과 계획이 아닌, 신(우상)과 신(하나님)의 전쟁이라는 것을 다시 절감했습니다. 왜 몽고족으로 옮겨온 후 여호수아로 가정예배를 드리게 하셨는지 이제서야 깨달아졌습니다. 그들의 말처럼 대지신에게 저주받은 우리이지만, ‘대지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고, 친히 이 곳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시고 영광받으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성탄예배 주제로 가정예배 말씀순서에 따라 여호수아 24장으로 예배 드렸습니다. 1절부터 수동태로 기록되어 있는 말씀을 따라 읽으면서 우리의 큐티적용과 기도, 일기가 수동태로 되어질 때 주님의 역사에 동참하게 되며, 주님의 책에 기록되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그제서야 오늘 성탄파티 계획을 저희가 능동태로 기획했다는 것을 회개했습니다.
모든 것을 하나님 주어로, 수동태로 살도록 인도해주시길, 청종(경청+순종)할 수 있는 진실된 믿음을 주시길 간구하며 새롭게 주님과 성탄절에 언약을 맺었습니다. 예배 후, 현지인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주님께서 길을 열어 주시고, 만날 사람을 붙여 주셨습니다. 성탄절의 진짜 주인공이 누구신지, 이 날에 주인공의 이야기를 해야 ‘주제파악’ 잘하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마음에 새겼습니다. 난방이 되지 않는 차 안에서 160km를 달리며 동상에 걸리지 않게 발을 꼼지락거리는 저희 가족에게 주님은 끊기지 않는 찬양을 부어 주셨습니다. 정말 노엘입니다!
솔직히 이 곳 광야지형에 맞지 않는 13년째 된 공무용 차를 중고트럭으로 교체하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았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저희 차의 교체보다 더 급한 곳들로 흘려보낼 마음을 주셨습니다. 중보자님들의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 마음과 후원은 저희 지역을 비롯해 함께 기도하는 곳으로 흩어 보냈습니다. 주님께서 흩어 뿌리신 모든 곳에서 모으실 열매들을 우리가 함께 수확할 기쁨을 주시리라 믿습니다.
(베트남 브루족 뀐 전도사님의 신학교와 사역 위에, 프랑스 티벳 난민 티벳인 전도사님 가족에게, 목숨걸고 매해 세례를 주며 섬기는 파키스탄 현지인 사역자와 교회에게, 인도 사역자 2살짜리 아들의 희귀병 심장 수술에, 북한 동포 아이들 양말 성탄 선물로, 중국 유학생 제자들 사역준비자금으로, 상담 중이던 가정폭력 목사님 가정의 사모님 생존대피자금으로, 현지에 계신 선교사님의 재한 홀어머니 치매 치료비로, 중국 병음 성경책 배포자금으로, 재중 ‘기독교 홈스쿨러’ 후원으로, 코로나로 순교하시거나 코로나로 치료받으시는 선교사님들과 그 가족에게 흘려보내게 하셨습니다.)
주님께서 인도해주시는 모든 걸음과 저희의 삶에 관심과 응원 보내주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저희 가족이 먼저 성숙해가고, 믿음이 자라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유능한 선교사’가 되려고 세상 사람들보다 더 많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유능하든 무능하든 상관없이 주님이 전능하심에 ‘노엘’을 외칩니다.
저희는 무지하여 실수하고 때때로 오명도 쓰지만, 우리 주님이 전지 하시고 무결하심에 ‘할렐루야’를 외칩니다. 새해에는 ‘있는 척’, ‘아는 척’, ‘잘하는 척’ 하지 않고 수동태의 삶이 살아지도록 주의 전적인 은혜, 성령충만만 간구합니다. 주님께서 저희에게 주신 은혜와 감사의 백배로 주님께서 중보자님께도 흘러넘치게 채워주시길 기도합니다.